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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
    누구였을까?
    울고 있는 자연을 볼 수 있는 너는

    여기서 뭐 해?
    멋있는 곳이구나 싶어서…….
    울고 있는데? -본문에서

    우연히 강정천 근처에 가게 된 주인공 앞에 한 아이가 불쑥 다가와 반갑게 말을 건넵니다. 그런데 웅장함에 감탄하며 바위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주인공을 보고는 의아해합니다. 바위얼굴들이 울고 있는 게 보이지 않느냐고. 이곳의 자연은 왜 울고 있을까요? ‘나랑 보러 가지 않을래?’ 수수께끼의 아이는 손을 잡아 이끕니다. 주인공은 아이와 함께 강정천 물줄기를 따라 걸으며, 여전히 아름답지만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우리가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자연의 아픔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물줄기의 맨 끝, 바다가 시작되는 그곳을 둘러보는 사이, 어느새 사라진 아이. 그 애는 누구였을까요?

    추운 겨울, 처음 강정천을 찾아 마주한 것은 주상절리 절벽이었습니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커다란 바위벽엔 커다란 균열이 있었고, 나무뿌리들은 갈라진 틈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검은 틈새를 바라보며 마침내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으로 말을 걸어 저 틈새를 메우고 싶었습니다. 그림으로 말을 걸어 지금 여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림으로 말을 걸어 물줄기의 끝까지 함께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제주에서 돌아온 날 밤, 빈 종이에 하고 싶은 말을 하나씩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잃어버렸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강정천이 잃은 삶들은 우리 사이에서 그림, 말, 이야기와 기억으로 끝없이 살아 움직인다고 믿습니다. -작가 노트
출판사 보도자료 전문소개  ( 출판사 보도자료는 이 그림책을 만든 목적을 전하는 귀한 자료입니다. 독자의 예리한 기준으로 꼼꼼히 읽어보시고, 체크하시길 바랍니다 )
모든 생명의 줄기를 따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강정천은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녹나무 숲, 그리고 은어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을 품고 흐르는 하천입니다. 여러 생명들의 삶과 더불어 주민들의 식수까지 책임지고 있는 물줄기로, 절대보전지역, 상수도보호구역, 지하수특별관리구역, 천연기념물문화재보호구역, 공장설립불가지역, 공장식축산금지구역입니다. 하지만 이런 보호장치가 무색하게도, 2017년 강정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시작된 이후 강정천 곳곳에서 훼손과 위험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주상절리 절벽, 교각 공사현장, 강정 담팔수와 냇길이소, 원앙 서식지, 냇깍,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강정천의 물줄기를 따라가며 무엇인가 벌어지고 있는 그곳의 자연을 보여줍니다.

내가 길을 찾아줄게! -본문에서
날마다 어떤 나무가 사라지는지 기억하고 있어. -본문에서
모두 이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다는 거 알아? -본문에서

하지만 작가는 자연이 파괴된 모습을 극적으로 그리지는 않습니다. 훼손된 장면만 모아 과장되게 클로즈업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여 주지 않습니다. 흐르는 강처럼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아가도록 이끕니다. 또한 섬세한 라인이 돋보이는 감성적인 그림은 제주의 풍광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수수께끼의 아이를 따라 직접 둘러보며 생명의 나직한 목소리를 듣는 듯한 현장감에,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듯 천천히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그렇게 담긴 강정천의 모습은 아픔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땅을 꽉 붙들고 있는 나무뿌리들처럼, 여전히 아름다워서 처연한 동시에 본모습을 점점 잃어가는 상실이 절실하고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나무 잘라내고 공사하는 게 별일인가? 새들 서식지 변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인가? 새, 나무, 물고기 보호하자고 개발을 하지 말라는 말인가? 공사 현장이 저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은 것 아닌가? 공사가 마무리되면 주변도 말끔해질 일 아닌가? …

우리가 이런 태도를 지속한다면 스러져가는 자연이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요?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 강정천의 자연처럼 우리도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연이 병들면, 우리도 그 아픔을 피해 갈 방법이 없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니까요. 생존의 위협에 내몰려 울고 있는 이를 매정하게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작가는 울고 있는 자연을 볼 수 있는 이는 너와 나, 우리 모두라고, 물줄기를 따라 계속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픔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명, 건강한 삶과 평화라고 말합니다.
그림작가 정보
  • 정지원
  • 대안 학교를 졸업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2021년 2월 우연히 강정천을 걷게 되었습니다. 물줄기를 따라 걸으며, 타인을 그려도 그 속의 내가 지워지지 않고 나를 그려도 그 속의 타인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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