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수 28l좋아요 0
    그림책자세히보기
    산타 할아버지는 왜 안 죽어? [ 최정선 / 한국일보 20171214]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8-01-15
    조회수 : 764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hankookilbo.com/v/da62bed4276e4354a3aa48ad66fa5658

    필자 :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자

    등록일 : 2017.12. 14

     

    크리스마스는 어쩐지 겨울에 맞는 어린이날 같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하고 꼬마전구들이 반짝이고 간간이 캐럴이 흘러나오면 아이들은 첫눈 맞은 강아지처럼 달뜬다. 초록, 빨강, 금빛, 은빛으로 꾸민 상점들, 부모 손에 매달려 재잘대는 아이들, 이리저리 북적대는 인파 속에서 한때는 아이였으나 더 이상 아이일 리 없는 이들도 슬그머니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천진난만했던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기도 하고 제 안에 꼭꼭 숨어 있던 아물지 않은 상처에 놀라기도 한다. 거리 곳곳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들어섰다. 휘황한 조명에 눈이 부시다.

    “아빠, 산타 할아버지가 정말 있어?” 아이가 옷을 벗다 말고 묻는다. “그럼, 있지.” 함께 목욕을 하려던 참이다. 아빠는 벌써 욕조에 몸을 담갔는데 아이들은 꼼지락꼼지락, 서두르는 법이 없다. “굴뚝이 없어도 와? 문이 잠겨 있어도 들어 와?” “그럼.” 다행히 어떻게 들어 오냐고 묻진 않는다. “아이들이 뭘 갖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알아?” “왜 꼭 밤에 와?” 난이도가 높아졌다. 아이들이 뭘 갖고 싶어 하는지 아는 사람만 산타가 될 수 있다고, 감사 인사 듣기가 쑥스러워 밤에 몰래 오는 것 같다고, 아빠가 그럭저럭 괜찮은 대답을 내놓는다.

    “친구들이 그러는데, 산타 할아버지는 없대.” 누나는 만만치 않다. “왜 안 죽어? 옛날부터 있었잖아.” “어떻게 하룻밤에 전 세계를 다 돌 수 있어?” “그렇게 많은 선물을 어떻게 할 수 있는데?” 불똥이 엄마한테도 튀었다. 도와줄 친구들을 부르겠지, 아주 열심히 저금을 했겠지, 기부금도 많을 거야… 두 아이가 번갈아 강속구를 날리는데, 기특한 이 집 부모는 당황하지 않고 종주먹을 들이대지도 않고 조곤조곤 잘도 받아넘긴다.

    실감나는 대화 내용은 재기발랄한 그림으로 변신했다. 담백하고 기발하다. 아래쪽 자그마한 연보랏빛 색면엔 가느다란 펜으로 화자들을 오밀조밀 그려 넣었다. 좌우로 나뉘고 상하로 나뉜 공간, 네 장의 그림 속에서 엄마, 아빠와 아들, 딸, 다정한 네 식구가 목욕을 하고 이를 닦고 연하장을 쓰고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제 각각의 논리와 상상력을 동원하여 설전을 벌인다.

    두 아이가 입을 모아 결정타를 날린다. “왜 안 오는 집도 있어?” 말문이 막힌다. 아이들도 안다. 이 세상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는 아이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지금 유리창 밖에 성냥팔이 소녀가 서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어물거리는 부모에게 아이들이 쐐기를 박는다. “정말 있는 거 맞아?”

    산타 할아버지는 왜 모든 집에 가지 않을까. 아이들이 기뻐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면서, 아이들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하다면서. 그나저나 산타 할아버지는 지금 얼마나 귀가 가려울까.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자

     

    작성자 리뷰 더보기
번호 책 제목 리뷰 제목 작성자 등록날짜 조회
577 여행 아직 여행중 정현영 2018-03-23 1366
576 조랑말과 나 올해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가요 [이상희/한국일보 20180104] 그림책박물관 2018-01-15 2015
575 마음 조심 소심 남녀에 보내는 응원 “새해에는 마음 조심하세요!” [ 소윤경 / 한국일보 20171228 ] 그림책박물관 2018-01-15 1597
574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있어? 산타 할아버지는 왜 안 죽어? [ 최정선 / 한국일보 20171214] 그림책박물관 2018-01-15 765
573 넘어짐으로써 그 시간들을 기억해 냈다면 [ 김장성 / 한국일보 20171207 ] 그림책박물관 2018-01-15 433
572 소년 소년을 따라, 파랑이 매혹적으로 펼쳐진 세계로... [이상희/한국일보 20171123] 그림책박물관 2018-01-15 409
571 나누면서 채워지는 이상한 여행 아끼는 걸 버려봐 자유를 얻을 테니 [ 소윤경 / 한국일보 20171117 ] 그림책박물관 2018-01-15 402
570 나는 죽음이에요 이웃집 소녀처럼, 우리 가까이에 다가와 있는 죽음 [ 최정선 / 한국일보 20171109 ] 그림책박물관 2018-01-15 394
569 메리 추석 지낸 가족들이 돌아간 저녁... 할머니의 썰렁한 밥상 지켜주는 메리 [ 김장성 / 한국일보 20171102 ] 그림책박물관 2017-11-06 915
568 불어오는 바람 속에 따뜻한 수채화로 그려진 밥 딜런의 평화 메시지 [이상희/한국일보 20171026] 그림책박물관 2017-11-06 798
567 보보는 아기가 아니야 마음이 바쁜 어른이 그림책 이현미 2017-10-22 946
566 Che Spavento - Oh Schreck! 핑크 이현미 2017-10-22 752
565 셀카가 뭐길래! 혼자 있기 미션은 성공할 수 있을까 [ 소윤경 / 한국일보 20171012 ] 그림책박물관 2017-10-18 697
564 악어씨의 직업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악어씨, 부디 행복하시길 [ 최정선 / 한국일보 20170928 ] 그림책박물관 2017-10-18 568
563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 사랑이 진실하기를 기원하는 것 [ 김장성 / 한국일보 20170921 ] 그림책박물관 2017-10-18 507
562 새가 되고 싶어 날개가 있다면 [이상희/한국일보 20170914] 그림책박물관 2017-10-18 485
561 잠시만요 대통령님 위기의 대통령, 우리는 어떤가요? [소윤경/한국일보 20170907] 그림책박물관 2017-09-08 697
560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나는 하늘을 나는 중이에요" [최정선/한국일보 20170831] 그림책박물관 2017-09-08 620
559 고구마구마 대통령이 그림책을 읽어 준다면 [김장성/한국일보 20170824] 그림책박물관 2017-09-08 632
558 담장을 허물다 부자 되는 법 [이상희/한국일보 20170817] 그림책박물관 2017-09-08 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