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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채널 돌려보듯… 시간이 변주한 열세 가지 이야기 [김지은/문화일보 20170120]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7-02-02
    조회수 : 999

    미디어 : 문화일보

    원문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7012001032612000001

    필자 :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

    등록일 : 2017.1.20


    이 그림책의 첫 문장은 ‘12명의 아침이 밝았어요’이다. 그리고 곧 ‘사자 한 마리와 워흐리히의 동상, 그리고 열 명의 하루’라고 고쳐 말한다. 두 번째 페이지에서는 등장 인물 전원이 쏟아지듯 한꺼번에 나타난다. 호기심 많은 아기 피칼부터 열혈 소방관 피아트, 음악가 워흐리히의 전기를 쓰는 소설가 카프카프와 워흐리히의 동상까지, 이들은 서로 어떻게 얽혀 있을까. 당연히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다. 독자는 열두 개의 공을 들고 저글링을 하는 기분으로 이야기를 읽어나가게 된다.


    20세기 후반, 작가 백남준이 수백 개의 브라운관을 쌓아놓고 비디오아트를 펼치던 무렵만 해도 분할된 움직임을 동시에 보는 일은 낯선 체험이었다. 그러나 멀티태스킹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CCTV의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여러 사람이 동시간대에 하는 행위를 한꺼번에 지켜보는 일에도 익숙하다. ‘12명의 하루’는 시간 축을 고정하고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경험 사이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구성으로 되어 있다. 


    오전 8시가 되면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요리사는 빵을 굽고 밤샘 집필을 마친 소설가는 눈의 피로를 못 이겨 안경을 벗고 아기는 양동이의 물을 엎지른다. 오전 10시가 되면 야간근무를 마친 간호사 사라라가 잠자리에 들고 요리사는 점심 샌드위치를 만들며 워흐리히의 동상 근처에는 한가로운 산책자들이 등장한다. 열두 개의 창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변주를 보여주는데 놓쳐서는 안 될 것이 하나 더 있다. 그림책 하단에 슬라이드쇼처럼 흐르는 동네 풍경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 밖에서 사람들이 들어오고, 갑자기 비는 내리고, 해가 지면서 네온사인이 켜진다.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은 눈덩이가 커지듯 저절로 굴러간다. 인물들 사이를 연결하는 퀴즈의 고리도 늘어난다.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24시간을 모두 지켜보고 나면 다채널을 돌려가며 ‘다큐멘터리 3일’을 본 것도 같고 열두 인물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기도 하다. 분명히 아무 글자도 없는데 우리는 열두 가지 이야기에 마을 공통의 이야기 하나를 더해서 적어도 열세 가지 이야기를 읽었다. 마지막 장의 지도는 중요한 단서이니 절대 미리 열어보지 말 것. 가족이 함께 읽고 수수께끼를 풀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제20회 일본 그림책상을 수상했다.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를 짧은 시간에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그림책이다.



    김지은 어린이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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