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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입은 요정들… 지친 엄마 대신 집안일 척척 [김지은/문화일보 20161202]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12-14
    조회수 : 1088

    미디어 : 문화일보

    원문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120201032912000001

    필자 :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

    등록일 : 2016.12.02

     

    2016년의 그림책 흐름을 정리하면서 하나의 키워드를 찾는다면 ‘엄마’와 여성들의 연대인 것 같다. 백희나의 ‘이상한 엄마’가 출발이었다. 퇴근이 늦어지는 싱글맘 대신 친정엄마처럼 찾아온 선녀님은 식탁에 산처럼 큼직한 오므라이스를 만들어놓고 간다. 강경수의 ‘나의 엄마’는 ‘엄마’라는 낱말만으로 한 세대 여성과 다음 세대 여성의 삶을 톡톡하게 잇는다. ‘한밤중 개미 요정’은 앞선 그림책들의 문제의식과 연결되는 ‘여성이 여성을 돕는’ 이야기다. 동양화를 전공한 신선미 작가는 절제된 붓끝과 절묘한 색 감각을 보여주면서 생소하고 사랑스러운 판타지를 펼친다.

     

    주인공은 ‘개미처럼 아주 작고 조용히 움직이는 요정들’이다. 어린이와 어린이 같은 마음을 지닌 동물에게만 보인다. 그런데 이 그림책 속 개미 요정들은 하얀 끝동을 단 보라색 꽃무늬 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고 빨간 꽃신을 신었다. 우리 요정은 한복을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던 걸까. 개미 요정의 엽렵한 동작과 펄럭이는 한복 치마의 선은 더없이 잘 어울린다. 엄마는 아픈 아이 곁에서 물수건을 갈아주다가 노곤해져 잠이 들고 밤샘 근무를 자청한 개미 요정들은 엄마 대신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밀린 집안일도 척척 해놓는다. 단정히 쪽을 찐, 요정들의 동작에서는 수라간의 상궁처럼 눈부신 전문가의 위엄이 느껴진다.

     

    만약 이 그림책의 서사가 여기까지 오고 멈췄다면 ‘마루 밑 아리에티’처럼 흔한 요정담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개미 요정들과 엄마의 첫 만남이 있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두근거리는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투명하게 맑은 빛깔의 치마저고리, 배씨댕기, 제비꼬리댕기, 오색꽃신이 펼친 면을 거침없이 수놓는다. ‘우리 옷이 이렇게 곱구나, 치마저고리 입은 아이들이 이렇게 야무지고 씩씩했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린 엄마와 아이와 개미 요정이 같이 노는 장면에서 아이는 엄마의 빛나던 시절을 알게 되고 고단한 엄마들은 당당하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으며 가슴이 후련해지는 걸 느낄 것이다. 나라는 막막하고 부끄럽지만, 뒤로 갈수록 더 멋진 우리 그림책이 나오는 판타지 같은 2016년이다. 지친 우리 곁에도 개미 요정들이 왔으면 좋겠다.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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