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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깜한 밤골목 걷는 토끼 모녀… 무사히 귀가했을까? [김지은/문화일보 20161117]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12-14
    조회수 : 1082

    미디어 : 문화일보

    원문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111801032812000002

    필자 :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

    등록일 : 2016.11.18

     

    미야코시 아키코의 그림책은 온통 흑백으로 된 세상이다. 그 세상 안 오직 몇 군데에만 선명하게 빛나는 색깔이 담겨있다. 작가는 색을 극도로 제한하기 때문에 사용된 색은 강한 상징성을 지닌다.  ‘심부름 가는 길에’에서는 눈 쌓인 숲길을 걷는 주인공의 털모자와 치마가 채도 높은 빨간색이었다. 독자는 언젠가 늑대에게 잡아먹힐 뻔했던 빨간모자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걱정과 달리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동물들의 화사한 디저트 파티에 합석하고 그 식탁 케이크 접시에서 독자는 또 한 번 달콤한 색의 향연을 맛본다.

     

    ‘태풍이 온다’에서는 모든 풍경이 무채색인 가운데 유리창 밖의 하늘만이 푸르게 반짝인다. ‘비밀의 방’에서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연한 초록색의 뜰이다. 흑백으로 그려진 ‘심부름, 태풍, 비밀’들이 현실의 암흑과 곤란을 암시하는 것이라면 주의를 집중시키는 청명한 색깔은 작가가 바라보는 미래에 대한 희망일 것이다. 책에서 흑백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은 오늘의 현실을 작가가 그만큼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본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신작 ‘집으로 가는 길’은 문을 닫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식당도, 책방도 문 닫을 준비를 하는 깊은 밤, 엄마 토끼는 아기 토끼를 꼭 껴안고 골목을 걷는다. 어디선가 나직한 말소리가 들리면 살짝 긴장하기도 하고 열린 창문으로 다른 가족의 파티를 엿보기도 한다. 중간쯤 아빠 토끼가 마중을 나온다. 집에 돌아온 조랑말은 욕조에, 사슴은 스탠드 아래에서 하루의 남은 조각 시간을 누리는 장면을 보면서 독자는 차근차근 염려를 내려놓는다. 반전은 마지막 부분이다. 모두 집으로 오는 이 시간에 생쥐 부인이 밤기차를 탄다. 그는 집으로 가는 것일까. 집을 떠나는 것일까.

     

    집으로 가는 길도 흑백의 톤이 주조를 이루는 것은 여전하다. 도시의 검은색은 더 깊어졌고 토끼 모녀를 둘러싼 건물들은 그들을 위협하듯 즐비하다. 그러나 작가는 백열전구 같은 밝은 노란색으로 이들의 밤길을 안전하게 지켜주려고 한다. “여기 사람이 있어요, 겁내지 마세요”라고 속삭이는 신호등처럼 검은 밤의 노란 불빛들은 다정하고 따스하다. 

     

    여자 아이가 되었든 토끼가 되었든 작품 속 어린이에게 거듭해서 빨간 옷을 입히는 것은 그들이 이 사회 속에서 얼마나 위험에 노출된 존재인가를 확인시키는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를 둘러싼 밤은 언제쯤 끝날까. 지친 몸과 마음을 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질문일 것이다. 그러나 불 켜진 창문들처럼 우리에겐 같은 마음의 이웃이 있다. 오늘도 힘을 내야 하는 이유다.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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