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책을 잊고 있었군요! 바바라 쿠니를 사랑하게 만든 그림책입니다. 그전까지는 그녀의 그림이 밋밋하고 심심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에밀리>의 한 장면을 직접 모사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바바라 쿠니의 그림은 밋밋한 게 아니라 잔잔하고 조화롭습니다. 화면 안에 공기를 담아 그립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다시한번 모사를 하고 싶어지네요. 바바라 쿠니와 함께 글작가인 마이클 베다드에게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

이제는 세상을 떠나고 없는 에밀리 디킨슨의 옆 집에 살았던 이가 조곤조곤 말하는 것 처럼 들립니다. 내가 에밀리 디킨슨이라면 <에밀리>를 읽고 무덤에서도 감동을 받아 엉엉 울었을 것 같아요. 얼마든지 오해하고 왜곡될 수 있는 그녀의 인생을, 섬세한 감성의 올을 가진 시인으로서 잘 풀어냈습니다. 게다가 마이클 베다드가 쓰고 그린 <오리 탈출 소동>은 아이들과 제가 책이 찢어질 때 까지 읽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예요. 이 후기를 쓰면서 <오리 탈출 소동>과 <에밀리>가 마이클 베다드의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무척 기쁘고 작가에 대한 믿음도 커집니다.

​

이 작가는 상상력 넘치는 공간감을 가진 스토리텔러인 것 같아요. ^^ 글작가와 그림 작가 모두 에밀리 디킨슨에 대해 많은 현장 조사와 연구를 했습니다. 그 애정과 집중력이 이 책을 숨 쉬게 만들었습니다. 순수한 소녀에게 전달된 에밀리 디킨슨의 시도 가슴 뭉클하고, 책의 마지막 장에 놓인 바바라 쿠니의 열린 문 그림도 너무 좋습니다. 에밀리의 시가 주는 신비로움과 우리네 인생의 신비로움이 연결지어져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