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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영혼이 먹은 양식들 [레디앙_20160831]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09-29
    조회수 : 1139

    미디어 : 레디앙

    원문 : http://www.redian.org/archive/101889

    필자 : 이루리, 동화작가, 그림책 평론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등록일 : 2016.08.31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심야 이동도서관』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요즘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그래픽 노블’이지요. 저는 ‘그래픽 노블’을 그림책의 한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과 만화가 모두 문학과 미술의 만남이 낳은 자식이라면, 그래픽 노블은 독립했던 그림책과 만화가 부모인 문학과 미술을 찾아와 벌이는 가족 잔치인 셈이니까요. 조만간 그림책이 영화나 연극이나 문학처럼 독자적인 예술 장르라는 사실을 누구나 당연히 여기는 날이 오면, 그림책마다 ‘연소자 열람’이나 ‘19세 이상 열람’ 같은 연령별 권장 라벨이 붙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라벨이 붙더라도 그림책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날이 하루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심야 이동도서관

    심야 이동도서관을 처음 본 것은 새벽 네 시에 레이븐스우드 가를 걷고 있을 때였다.-본문 중에서

    주인공 알렉산드라는 새벽 세 시에 남자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 거리에 나와 길을 걷다가 심야 이동도서관을 발견합니다. 캠핑카를 개조해서 만든 이동도서관에서는 팝송 <아이 샷 더 셰리프>가 흘러나오고 운전석에는 노신사가 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라가 관심을 보이자 노신사는 명함을 건넵니다. 명함에는 ‘심야 이동도서관 사서 로버트 오픈쇼 개관시간: 저물녘부터 동틀 녘까지’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노신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말합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알렉산드라라면 ‘심야 이동도서관’에 들어갈까요? 그리고 과연 ‘심야 이동도서관’은 어떤 도서관일까요? 정말 책을 좋아하고 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한 ‘심야 도서관’일까요?

    신기하고 이상한 심야 이동도서관

    알렉산드라는 이동도서관에 올라 서가를 둘러봅니다. 처음엔 어린이책들이 서가를 채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림책 사이에 교과서가 섞여 있고 가정용 성경과 사진첩과 전화번호부처럼 보통 도서관에는 없는 책도 보입니다. 어떤 책에는 책등에 분류기호와 숫자가 적혀 있고 어떤 책에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주제가 일관되지도 않고 분류체계도 알 수가 없습니다. 마치 사서라는 로버트 오픈쇼가 여기저기서 책을 훔쳐다 모아놓은 것만 같습니다.

    서가를 따라 걷는 동안 알렉산드라는 뭔가 이상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서가에 꽂힌 모든 책들이 바로 자신이 이미 과거에 읽은 책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서가에는 심지어 자신이 읽었다는 사실조차 잊었던 책들까지 꽂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드라는 그곳에서 자신의 일기장을 발견합니다.

    내가 읽은 모든 책을 모아둔 도서관이 있다면?

    보다시피 이동도서관은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모든 사람이 읽은 모든 인쇄물을 소장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이용자를 위해서도 늘 준비되어 있죠.-본문 중에서

    자신이 읽은 모든 인쇄물을 모아둔 도서관이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어쩌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런 도서관을 갖고 싶을 것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도서관을 숨기고 싶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런 도서관이 존재하든 않든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성장시킨 영혼의 양식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먹은 음식이 우리의 몸을 만들 듯이 우리의 영혼이 먹은 양식들, 책과 음악과 그림과 영화와 연극과 드라마와 만남과 대화와 경험이 지금 우리의 영혼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첫 책은

    제가 기억하는 첫 책은 어떤 전래동화집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동화를 모아놓은 책이었는데 그 가운데 ‘꽃 미치광이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야기는 모두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꽃 미치광이 할아버지’ 때문에 느꼈던 아픔과 슬픔은 여전히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책을 좋아한 형 덕분에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책들을 보며 자랐지만 머리로 읽은 책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반면에 가슴으로 읽고 마음에 남은 책들은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 『프레드릭』,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같은 책들입니다. 그리고 이제 『심야 이동도서관』도 제 마음에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

    웃기거나 찡하거나

    웃기거나 찡하거나! 누군가 저에게 책을 고르는 기준을 물었을 때, 제 머리에 떠오른 답입니다. 저는 언제나 웃기거나 찡한 책을 고릅니다. 웃음과 눈물이 제 감정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웃음과 눈물이, 바로 기쁘거나 슬픈 감정이 인간이 영혼의 존재라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심야 이동도서관』은 인간의 영혼에 관한, 아주 놀랍고도 환상적인 작품입니다. 누군가는 이 책을 보고 아주 섬뜩한 느낌을 갖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육체의 탄생과 죽음이 아니라 영혼의 삶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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