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저자 : 야마구치 슈
번역 : 김윤경
페이지 : 334쪽
출판사 : 다산북스
발행일 : 2019년1월21일 초판
⭐⭐⭐⭐⭐
인간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하라”
인공지능 시대를 앞두고 철학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가들이 모두 치열하게 철학하고 있고, 배우고 있다. 그리하여 철학을 자신의 사업과 기술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지성작가의 #에이트 를 읽어보면 매우 구체적인 실례를 알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이 단순한 교양과목이 아니라 앨리트 교육의 핵심이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철학교육을 한다는 것은 마치 뜬구름 잡는 그런 기분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에게 교육하기 전에 먼저 나부터 철학책 한권 읽기가 매우 어렵고 현실과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는 독서행위에 그칠 뿐이라는 좌절감이 얼마나 컸던가. 그래도 미천하지만 ‘안목’이라는게 조금 생기고 나니, “철학하라”라는 대전제를 붙들어야 한다는 것은 알겠다. 그래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이 책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하는 철학사의 흐름을 다루지 않는다. 그 대신 작가가 살면서 맞닥뜨린 현실적인 문제,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서 깊이 숙고했던 문제들을 철학과 연결하여 나름대로 결론을 도출 해낸 50가지의 논제를 한 주제마다 한 철학자를 연결하여 정리하고 있다.
50가지 주제 중에서 ‘자유’ 라는 것을 다시 숙고해 보았으면 싶어서 한 꼭지만 정리해본다.
#자유는견디기어려운고독과통렬한책임을동반한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에리히 프롬)
시민이 중세 이후 지속된 봉건제도의 예속에서 해방된 시기는 유럽은 16세기에서 18세기에 걸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후이다. 시민이 자유를 획득하기까지는 수많은 희생이 따랐다. 그렇다면 그 값비싼 자유를 손에 넣은 사람들은 과연 행복해졌을까?
에리히 프롬은 나치 독일에서 발생한 파시즘에 주목했다. 왜 비싼 대가를 치르고 획득한 ‘자유’의 과실을 맛본 근대인이 그것을 내던져 버리고 파시즘의 전체주의에 그토록 열광했을까?
프롬의 분석을 정리하면 자유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자유의 대가로서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폐부를 찌르는 듯한 고독과 책임의 무게에 지친 나머지 그들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손에 넣은 자유를 내던지고 나치의 전체주의를 택한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아직 자유가 들이미는 책임에 제대로 훈련되어 있지 않다. 자유를 추구하는 것을 단념하고 전체주의의 어리석은 무리 속으로 빠져들어야 할까? 아니면 자유가 들이대는 고독과 책임을 받아 들이면서, 더욱 자신다운 삶을 살기 위해 정신력과 지식을 갈고 닦아야 할까? 모두가 숙고해야할 현실이다.
그 외에 감명깊은 주제들이 많다.
#악의가없어도누구나악인이될수있다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
#구글은민주주의의수호자가될수있을까 (장 자크 루소, 일반의지)
#행동을정당화하기위해기꺼이생각을바꾸는사람들 (리언 페스팅어, 인지부조화)
#붕괴된가족과공동체의새로운대안 (페르디난트 퇴니에스,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
“고대 그리스 이래로 수많은 철학자들은 ‘어떤 사회가 이상적인가’라는 문제와 마주했다. 물론 그 물음에 대한 결정적인 해답은 아직 없다. 아니, 오히려 이 물음은 애당초 ‘문제설정’에 큰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치즘, 스탈리즘, 문화대혁명, 폴 포트, 옴진리교 등 ‘이상적인 사회를 추구한 운도’은 모두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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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길은 이상적인 사회를 추구하는 선의로 깔려 있다. 그렇다고 해서 더 나은 세상을 구축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자기 기만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우리는 허무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더 좋은 세상을 구축하고자 하는 이상을 잃지 않은 채 그러한 ‘이상 사회’를 꿈꾸며 운동을 벌이는 일이 독선과 기만에 빠질 위험성 또한 동시에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과거의 철학자가 남긴 사회에 대한 고찰이 우리에게 중요한 길잡이가 되는 것이다.” P31
50가지의 철학적 논제들을 훑어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리스철학부터 현대로 이어가는 철학사를 공부해보면 좋겠다. 그 당시에 그런 생각을 왜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시대와 상황이 변하면서 그에 맞서는 다른 철학이 왜, 어떻게, 대두되게 되었는지… 이런 것들을 깊이 사유해보고 오늘 나의 삶과 환경과 미래를 사유할 수 있어야 하겠다.
#진리가너희를자유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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