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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개구리가 되려는 왕자, 그 결말은… [한국일보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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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10-02
    조회수 : 617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www.hankookilbo.com/v/7172e2dec9a1463c933ca9e574e749c6

    필자 : 이상희. 시인, 그림책 작가

    등록일 : 2016.09.30

    용을 뜻하는 순 우리말 ‘미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르 재단에 대한 소문, 이른바 ‘뒷담화’가 무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수상해지면 출몰하는 오래된 미디어’로 ‘소문’을 정의한 사회심리학자 마쓰다 미사에 의하면 이 소극적 공격 행위는 집단의 리더가 전제적일 때, 사회적으로 불안 심리가 만연할 때, 더욱 번성한다고 한다. 용의 자금으로 개구리만큼 일해 왔다는 이 집단에 대한 소문은 특히 개구리만한 지원금으로 문화 운동하느라 잠 아끼고 배 곯아가며 일하는 이들의 노여움을 사고 있다. 그 돈으로 도서관 미술관 영화관 공연장을 지었더라면 모두 함께 읽고 보고 춤추고 노래하는 시간을 ‘용’만큼 만들어내었을 텐데!

    옛이야기 그림책을 정리하는 와중에, 그래서, 개구리가 용이 된 이야기 ‘개구리 왕자’보다 ‘개구리 왕자 그 뒷이야기’에 손이 갔다. 뒷이야기(back ground story)라기보다는 속편(sequel)이라고 할 만한 이 그림책이 세련된 냉소를 슬쩍슬쩍 비치면서도 따스하고 발랄한 유머를 그득히 품고 있다는 점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기발한 이야기꾼으로 이름난 존 셰스카의 유쾌한 글과 스티브 존슨과 루 팬처 부부가 공동작업한 그림을 느긋이 즐기노라면, 저마다의 기쁨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자연세계를 떠올리게도 된다.

    이 그림책을 제대로 즐기자면 전편에 해당되는 ‘개구리 왕자’를 기억해야 할까. 공주가 연못가에서 놀다 공을 빠트리고 울고 있을 때 나타난 개구리, 공을 건져주는 대가로 내건 약속에 의해 마법이 풀려 왕자로 돌아오고 마침내 공주와 결혼한다는 이야기 말이다. 친절한 존 셰스카가 첫 장면에 전편을 단 석 줄로 요약해두긴 했다. ‘공주는 개구리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개구리는 왕자로 변했지요./ 그래서 둘이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끝 장면에서 시작하는 첫 장면이라니!

    두 번째 장면은 그야말로 뒷담화 풍의 후일담이 펼쳐진다. (개구리로 살던 습성대로)‘그렇게 혀 내미는 거, 그만두지 못해요!’ ‘제발 집안에서 팔짝거리며 돌아다니지 말아요!’ ‘…밖으로 나가서 용이나 거인을 무찔러요!’ 등등 왕관이 장식된 의자에 앉아 뾰족한 잔소리를 퍼붓는 공주, 개구리 모양 의자에 앉아 시큰둥하게 투덜대는 왕자, 축 늘어진 시든 장미…. 절망한 왕자는 어느 날 개구리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다시 마법을 걸어 줄 마녀를 찾아간다.

    우리가 익히 아는 옛이야기 속의 온갖 짓궂고 사악한 마녀들을 하나하나 찾아 다닌 끝에 ‘신데렐라‘의 착한 요정을 만나는 행운과 엉뚱하게 마차가 되어 숲 속에 주저앉게 되는 불운을 두루 겪으며 공주와의 삶이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마차 왕자는 세상의 모든 마법이 풀리는 열두 시 종소리에 의해 무사히 성으로 돌아온다. 잔소리를 해대긴 하지만 태산같이 자기를 걱정하고 있었던 공주, 개구리였던 자기에게 입을 맞춰주었던 그 사랑을 다시 확인한 왕자는 기쁨에 넘쳐 공주에게 입을 맞춘다. 그리하여 벌어진 전복적인 해피엔딩은 누설하지 않겠다.

    훌륭한 예술 작품이 그렇듯 훌륭한 그림책은 펼쳐들 때마다 지금 나의 심상에 맞는 감동을 준다. 이번엔 ‘개구리 왕자’말고 개구리는 ‘개구리’로, 왕자는 ‘왕자’로 저마다 살고 사랑하는 법을 읽는 감동을!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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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소와 늑대, 아슬아슬한 평화 ‘손에 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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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08-31
    조회수 : 903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s://www.hankookilbo.com/v/4842a35b2da648038323a7921b62502a

    필자 : 이상희. 시인, 그림책 작가

    등록일 : 2016.08.26

    그간의 폭염을 어떻게 견디셨는지,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후일담을 나누게 되니 이제 어지간히 여름의 터널을 빠져 나온 듯하다.

     

    시시때때 농작물에 물 대느라 고생한 농부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선풍기 두 대로 버틸 수 없어 책상을 떠나 집필 자료며 회의 자료 보따리를 이고 지고 손님 뜸한 카페를 찾아 떠도느라 나름대로 전쟁을 치렀다. 가까스로 쟁취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회의를 하고 노트북 작업을 하면서, 홀로 일할 때에는 유튜브에서 찾은 폭우 소리를 이어폰으로 듣고 여럿이 회의할 때에는 폭풍우가 내리치는 그림책을 나직나직 함께 읽기도 했다.

    ‘쏴쏴,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물을 퍼붓는 것처럼 비가 내렸습니다’로 시작되는 ‘폭풍우 치는 밤에’의 캄캄한 첫 장면은 에어컨 바람으로 연명하는 폭염 속 도시내기들을 단숨에 비바람 몰아치는 한밤중 산기슭으로 데려간다. 그림 작가 아베 히로시의 거침없는 선이 사선으로 그어댄 굵고 진한 빗줄기 덕분이고, 장면장면 아슬아슬 으스스하면서도 웃음 터지게 만드는 기무라 유이치의 재담 덕분이다. 산기슭의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외딴 오두막으로, 폭우를 피해 하얀 염소 하나가 들어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니, 하얀 염소마저 지워지는 오두막 속 어둠 속으로 늑대 하나가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좀더 정확하게는, 그 늑대가 다친 발목을 부축하느라 짚은 나무 지팡이 소리를 염소가 오해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염소는 누군가 오두막 속으로 들어오는 기척에 겁을 먹지만, ‘또각 직, 또각 직’ 기묘한 발굽 소리를 내는 그 존재가 적어도 늑대는 아니라고 믿는다. 늑대 발은 그런 소리를 내지 않으니까. 발을 다쳐 의기소침한 늑대 또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오두막 속의 보이지 않는 선착자가 텃세를 하지 않을뿐더러, 자기도 이제 막 들어왔다는 둥 함께 있게 되어 마음이 한결 놓인다는 둥 상냥하게 굴자 포식 본능을 잊는다. 무엇보다도 시원찮은 다리를 절름거리며 폭풍우 속을 헤매느라 후각이 떨어져 그토록 탐식하는 염소 냄새를 못 알아챈다. 그 덕분에 아슬아슬한 평화가 유지된다.

    이제 염소와 늑대는 어둠 속에서 그저 폭풍우가 그칠 때를 기다리는 웅크린 존재들이다. 먹이와 서식지에 대한 동문서답을 주고받으면서 둘은 ‘빨리 뛰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동일한 생존 지침에 반가워한다. 그런 만큼 서로의 정체를 궁금해 하지만 포식 관계가 드러나는 순간마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린다. 폭풍우가 멎은 뒤 오두막을 떠나면서 둘은 서로를 잘 알아볼 수 있는 다음날 대낮의 만남을 기약한다. ‘폭풍우 치는 밤에’를 암호로 정해두고!

    자연이 연출한 이 절묘한 장면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 삶의 절망과 희망, 타자와의 소통과 관계에 대한 다양한 메타포로 다가오며 오싹하고도 유머러스한 냉기를 끼얹는다. 25년간 동물 사육사로 일하면서 동물과 교감해온 아베 히로시의 스크래치 기법 그림은 천둥과 번개 장면을 위한 선택일까? 이 묵직하고도 경쾌한 이야기는 8권까지 후속편이 나왔지만, 이 한 권만으로도 더없이 완벽하다. 폭염을 이겨낸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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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지하도라도 ‘진짜 노래’를 부를 수 있어 행복해 [이상희/한국일보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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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7-04-14
    조회수 : 538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www.hankookilbo.com/v/7d36bb011d1045ac824fc599b79602fd

    필자 : 이상희. 시인. 그림책 작가

    등록일 : 2017.3.23

     

    벚꽃이 피기도 전인데 ‘벚꽃 엔딩’을 기다린다. 언제부터인가 노래 한 소절 변변히 쫓아 부를 줄 모르는 음치가 되어버렸는데, 어느 봄날 이 노래가 입에 착 붙었다.

     

    ‘모름지기 음치도 흥얼거릴 수 있어야 ‘노래’라고 할 만한 것이다’라고 흐뭇해하면서. 리듬이나 박자가 흥겨운 것은 물론, 가사의 첫 구절이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라고 만만하게 시작해주는 것이 고맙다.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이라든가,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 손 잡고’라든가,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같은 노랫말은 과하지 않게 시적(詩的)이다. 사내들 넷이서 벚꽃길 산책을 나갔다가 다정한 커플들의 위세에 눌려 어서 꽃이 지길 바라며 만든 ‘벚꽃 엔딩’이라지만, 무엇보다도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가수의 몸에서 출렁거리는 봄밤의 쓸쓸한 행복감이 사무치게 밀려든다. 

     

    찰스 키핑의 그림책 ‘길거리 가수 새미’의 주인공도 노래 부를 때의 행복감을 한껏 즐긴다. 거리의 지하도 속에서 북치고 노래하고 춤추며, 자기의 공연을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이 건네는 박수와 동전으로 살아가는 새미의 조촐한 행복은 인기 가수로 키워주겠다는 서커스 단장의 꾐에 빠져 팔자에 없는 어릿광대 짓을 하면서 부서지는데, 우연히 흥행업자에게 발탁되면서 더 큰 불행을 겪는다. 철저히 기획된 아이돌 가수로 급부상하고, 그러자마자 새로운 스타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쇼비즈니스의 소모품이 된 것이다.  

     

    어린이와 함께 보는 그림책으로는 너무 우울하고 괴기스럽다는 평을 듣는 키핑의 작품 중 ‘길거리 가수 새미’도 예외가 아니다. 일일이 색을 분리해 석판으로 찍어낸 이미지 위에 따로 선을 그려 윤곽을 만들고 왁스나 스펀지 등을 이용해 다양한 효과를 낸 이른바 ‘키핑 스타일’이 풍성하게 펼쳐진다. 엄청난 규모의 스타디움 공연 장면은 팝아트에 가깝다. 펼침 장면 왼쪽에는 비현실적으로 작고 화려한 형광 컬러 박스에서 연주하는 새미, 오른쪽 장면에는 넋을 잃고 열광하는 수많은 얼굴로 가득 차있다. 바로 이 장면에서 새미는 관중들이 자기 노래를 듣고 즐기며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세와 공연 그 자체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얼핏 깨닫는다.

     

    주인공이 겪는 비참한 자각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립싱크 상황을 거듭 겪으면서 더욱 깊어지고, 저택의 소유자가 되어서도 해소되지 않는다. 곧 새미를 대체하는 새로운 스타가 기획되고 조명되면서 철저히 잊혀진 스타 가수는 집과 재산을 모조리 투자해 자기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우주 영화 ‘우주 개척호를 타고 온 새미 스트리트싱어’를 만들고 마침내 빈털터리 신세로 돌아간다.  

     

    옛 거리로 돌아간 새미는 자기 노래를 진정으로 즐겼던 친구들-거리의 개들과 고양이들과 아이들이 알아봐준 덕분에 다시 노래하며 일어선다. 지하도를 배경으로 등장한 새미가 등에는 심벌즈 붙은 북을 메고 가슴에는 아코디언을 걸고 트럼펫과 무릎 심벌즈로 연주하며 노래하고 춤추면서 진정으로 흥겨움에 차 있는 모습은 첫 장면과 같고도 다르다.  

     

    ‘자기 기쁨 없이 노래하는 자는 망하리라’는 잠언을 강렬하고도 깊이 있게 풀어낸 키핑은 대체로 자전적인 작품을 만들지만, 이 그림책만큼은 자신이 겪지 않은, 어쩌면 겪을 수도 있었을 일을 다뤘다. 일간지 만화 연재로 안정적인 일을 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영혼을 망친다’며 일러스트레이터로 길을 바꾸었고, 예순 네 해를 살고 벚꽃 피는 봄에 세상을 떠났으나 생존해 있는 존 버닝햄ㆍ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와 함께 영국 3대 그림책 작가로 손꼽힌다.  

     

    이상희. 시인. 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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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부부에게서 태어난 강아지… 그의 성공 비결은 [김장성/한국일보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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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7-03-23
    조회수 : 372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www.hankookilbo.com/v/298c9505fc2540baa7c3b45b2b3dfce3

    필자 : 김장성. 그림책 작가, 출판인

    등록일 : 2017.03.03

     

    고양이 도시의 산부인과, 아내도 남편도 고양이인 부부가 아기를 낳았다. “아들입니다!” 둘은 기뻐하며 아기를 들여다본다.

     

    “정말 귀엽죠?” 아내가 속삭이지만 남편은 당황스럽다. “이… 이 아이는 강아지잖소!” 독자도 당황스럽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기보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에 가까울 법. 하지만 그림책 속 산모는 아무렇지 않다. “그래서요?” 강아지 아이를 낳은 고양이 엄마의 태도에 당신은 점입가경을 느끼는가, 마음이 놓이는가?

    고양이 신문들의 입장은 점입가경 쪽. “고양이 부부가 강아지를 낳다!” 대서특필이다. 다행히도 불륜을 상상하는 황색언론은 아닌 듯. “유전자가 드디어 미쳤다!” 아이 아빠의 입장은 더 다행스럽다. “할머니가 몹스 종 개와 연애를 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리고 이제 와서 그 후손에게… 자연의 변덕이지요! 그게 전부입니다!”  

    아기에게 ‘플릭스’라는 세례명이 주어지고, 개 도시에서 온 메도르 박사가 대부로 정해진다. 플릭스는 ‘다문화적’ 존재로 자라난다. 부모는 고양이의 언어와 나무 타는 법을 가르치고, 대부는 개의 언어와 헤엄치는 법을 알려 준다. 하지만 놀아주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 학교 갈 나이가 되자 부모는 플릭스를 메도르 박사에게 맡겨 강 건너 개들의 도시로 유학 보낸다.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내던 플릭스, 하루는 산책 중 강물에 빠진 고양이 아저씨를 발견하고 헤엄쳐 구해 준다. 개의 자질이다. 세월이 흘러 대학생이 된 플릭스, 불이 난 여학생 기숙사 5층에서 살려 달라 외치는 푸들 아가씨 미르차를 나무를 타고 올라가 구해 준다. 고양이의 능력이다.  

    플릭스와 미르차는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플릭스는 개 도시에 쥐덫 체인점을 낸다. 그곳에서 덫에 걸린 쥐들을 사 모아 고양이 도시로 보내는 사업을 하여 성공한 플릭스, 이제 정치에 나서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 ‘개고련 - 개와 고양이의 연합’. 개 도시와 고양이 도시를 통합하여 서로 존중하며 평등하게 지낼 것을 주장한 플릭스는 마침내 통합도시의 시장이 되고, 바로 그날 아내에게 기쁜 소식을 듣는다. “우리는 곧 셋이 될 거예요.” 균질의 사회에 이질적 존재로 태어나 좌절과 불행을 겪기 십상이었던 아이가, 성공과 행복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다. 무엇이 이를 가능케 했을까?  

    모든 이야기는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문제적 사건으로 삶의 균형이 깨어진 존재들이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이야기다. 거기서 우리는 우리 삶에 닥쳐오는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는다. 문제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운명적 문제’다. 고양이 사회에 강아지로 태어난 아이 - 이 이야기가 제시하는 운명적 문제는 그뿐일까? 이른바 ‘단일민족’의 사회에 이민족의 형상으로 태어나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 비장애인 세상의 장애인들, 동성을 사랑하는 운명으로 태어난 사람들…. 이들이 모두 플릭스다. 무엇이 플릭스들에게 주어진 ‘운명의 저주’를 축복으로 바꿀 것인가?  

    이 이야기 속에는 최선을 다해 플릭스를 키우는 부모와, 최적의 조합으로 정해진 대부가 있다. 부모는 개인의 도리일 터, 대부는 사회 시스템이다. 그 바탕에, 태도가 있다. 개인의 도리든 사회 시스템이든 그것을 발전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확고한 태도 - “그래서요?”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개 부부, 플릭스와 미르차가 아기를 낳는 순간을 보여 준다. 아기의 첫 울음소리는 이렇다. “야옹!” 이제 우리가 말할 차례다. “그래서요?”  

    김장성 그림책 작가ㆍ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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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키호테ㆍ모비딕이 거니는 호텔서 ‘상상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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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08-22
    조회수 : 636

    미디어 : 한국일보_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원문 : http://www.hankookilbo.com/v/8c8a8f25a9144ed2a6d80b4e3cb8c5ca 

    ​필자 :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등록일 : 2016.07.29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누군가 이렇게 탄식한다면 그것은 어떤 심각한 상실과 그 결핍에 대한 근심이기 쉽다.

     

    당신은 무엇을 잃었을 때 이렇게 탄식하는가? ‘마지막 휴양지’는 주인공 화가가 다름 아닌 ‘상상력’을 잃고 한탄하는 독백으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뒤이어, 헛헛한 얼굴로 책상 앞에 앉아있는 주인공, 짐을 꾸리다 말고 지도를 들여다보는 주인공을 차례차례 박스 컷 그림만으로 보여준다. 그 ‘상상력’을 찾으러 떠나는 모양이다.

     

    주인공 화가는 자신의 빨간 자동차가 달리는 대로 달려간다. 마침내 도착한 ‘어딘지아무도몰라’ 마을의 바닷가 호텔 ‘마지막 휴양지Last Resort’는 그 외관만큼이나 심상찮은 일들로 그득하다. 문간에서 ‘실용 마법’을 읽는 소년, 프런트에서 손님을 맞는 앵무새, 저마다 비밀스럽고 기묘한 느낌을 주는 투숙객들…. 방명록 관리에 애쓰는 앵무새는 투숙객들이 제각기 뭔가 이상한 것을 찾고 있다며 주인공에게도 묻는다. “당신은 무슨 이상한 것을 찾는 거죠, 순례자님?”

     

    투숙객들은 허클베리 핀, 롱 존 실버, 인어 아가씨, 에드몽 당테스, 쥘 메그레, 생텍쥐페리, 나무 위의 남작 코지모, 허만 멜빌의 흰 고래, 에밀리 디킨슨, 라만차의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같은 시와 소설의 주인공이거나 시인 작가들이다. 피터 로어 같은 배우도 있다. 이름만으로 이미 하나의 성채인 이들은 식당이나 해변 등 호텔 안팎에서 조우하지만 대체로 자기 이야기 속에 있으며, 주인공 화가의 시선으로 성글게 드라마를 엮어간다. 그래서 더욱 정교한 극사실주의 그림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시공간은 며칠간 외딴 곳에 틀어박혀 책만 읽고 있을 때의 완벽한 판타지를 구현한다.

     

    이 그림책은 이탈리아 그림책 작가 로베르토 인노첸티가 우연히 떠오른 이야기를 그림으로 먼저 그리고, 출판사가 글 작가에게 텍스트를 의뢰했다. 그림책을 만들 때 독자를 특정하면 오히려 상상력이 가동되지 않는다는 인노첸티는 과소비와 향락에 포획된 일상을 떠나 평화와 휴식이 있는 진정한 휴양지로서의 ‘문학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하고 있다. 당연히 아이들도 신실한 독자이기만 하다면 이 호텔 곳곳에 숨겨진, 오히려 어른 독자들은 놓치기 십상인, 문학 예술 코드의 소품을 뒤지고 찾으며 놀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결국 찾고자 하던 것을 찾는다. 기적을, 생명을, 행운을, 색깔을, 의미를, 사랑을, 모험을, 진실을, 영웅을, 용기를, 그리고 상상력을!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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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하고 두려운 현실 속에도 한 줄기 희망이 [이상희/한국일보 20170106]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7-01-10
    조회수 : 586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www.hankookilbo.com/v/df5d6053c8374a0ebe1036359565968e

    필자 : 이상희. 시인, 그림책 작가

    등록일 : 2017.01.06

     

    ‘때로는 하루가 시작되어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숀 탠의 그림책 ‘빨간 나무’는 이런 글줄과 함께 검은 나뭇잎이 천정에서 침대로 떨어지는 끔찍한 아침을 그려 보인다.

     

    늘 조야하게 여기면서도 적잖이 의지하게 되는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어린이 독자를 배려하는 번안용일 뿐 원서의 텍스트가 서술하기로는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는 날’, 신체 비례 상 두상이 좀 커 보이는 덕분에 아이로 간주되는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검은 나뭇잎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침실을 빠져나간다. 하지만 바깥세상은 더욱 기괴하다. 눈이 상한 거대한 물고기가 아이를 뒤쫓아 그림자를 드리우고, 사람들은 서로를 의식하지 못한 채 눈 먼 허깨비들처럼 걷고 있다. 이제 아이는 어디로 무엇을 찾아가게 될까.

     

    어릴 때부터 공룡ㆍ로봇ㆍ우주선이 등장하는 이야기 그림을 숱하게 끄적이며 낙서 더미를 쌓아 올리는 한편으로 화학ㆍ물리학ㆍ역사ㆍ영문학 등 다방면을 즐겨 공부하고 탐구해온 숀 탠이 원래 이 그림책에 담아내려 했던 것은 우울과 두려움과 외로움에 대한 예술적 이미지였다. 절망이 쌓이고 깊어지는 아이의 내면이 표현된 일련의 그림들은 서사를 이루기보다 장면장면 다채로운 컬트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며 나날의 크고 작은 절망에 시달리는 성인 그림책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이 그림책은 실제로 우울증 임상 치료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진 바닷가에서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구식 잠수 마스크를 쓰고 유리병 속에 들어앉은 아이, 거대한 건축물의 기계 부품 같은 제복의 군상들 속에 있는 아이, 다닥다닥 엉겨 붙은 건물과 건물들 사이 비상 사다리를 오르는 아이… 그와 같은 시간을 거대한 암몬 조개(암모나이트) 껍질에 하염없이 새기는 아이… 그러다 도시를 덮친 해일에 휩쓸린 채 홀로 보트를 타고 생존 전쟁을 치르는 아이, 창밖으로 지나가는 멋진 풍경을 동경하는 아이, 낯선 길에서 커다란 주사위를 들고 향방을 가늠하는 아이… 그러나 길을 잘못 찾아든 듯 ‘나는 누구인가?’ 팻말을 목에 건 꼭두각시가 되어 기묘한 무대 위에 서있는 아이, 담벼락에 자기를 그려보는 아이, 거대한 공동묘지와도 같은 황무지에 뚝 떨어진 아이….

     

    아이는 ‘하루가 끝나가도 아무런 희망이 없’이 다채로운 절망의 아수라로부터 간신히 살아 돌아와 첫 장면의 그 방을 연다. 그리고 놀란다. ‘그러나 문득 바로 앞에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다. 절망의 검은 잎으로 그득했던 방이 말끔히 치워지고 검은 색 아닌 오렌지 색 잎이, 첫 장면 침대 머리맡의 액자 속에서부터 절망의 편력이 이어지는 모든 장면마다 숨어있던 그 오렌지 색 잎이, 뿌리 내린 채 선명하게 싹트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마법이 펼쳐진 듯 경이롭고 호화롭다. 오렌지 색 잎 무성한 나무가 아이 키보다도 커져서 ‘밝고 빛나는 모습으로/ 내가 바라던 그 모습으로’ 방안 그득히 빛을 뿜어낸다. 이 찬란한 기운생동 이미지는 작은 씨앗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싹을 틔우는 재생과 복원의 상징이겠지만 지금 이 순간 내게는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타오르는 열망과 갈망, 그 총화의 이미지로 읽힌다. ‘처음부터 저 혼자서 타며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고독하게 꿈꾸는 불꽃’(G. 바슐라르)을 수백 만 명이 한꺼번에 가슴 앞에 두 손 모아 들어올린 그림으로 타오르는 것이다.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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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눈꽃송이 사진 한장을 위해서...^^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9-09-16
    조회수 : 31

    눈결정체 하나하나 모두가 똑같은 모양은 단 한개도 없다는 사실을 맨 처음 알아내고 평생 눈결정체를 사진으로 남긴 벤틀리의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 버몬트에 살던 사람들에게 눈이라는 것은 먼지처럼 흔한것이어서 어느 누구도 눈의 모양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요. 

    사실 똑같은 모양이 단 한개도 없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눈사진만 평생을 찍고 있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소열마리값을 주고 아들에게 현미경카메라를 사주시고, 겨울내내 눈을 채집해 사진만 찍어대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마음도 헤아려보게 됩니다.

    벤틀리는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하는 이 일은 세상에 바치는 나의 선물이라고.... 그리고 그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계셨던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가끔 내가 하는 일이 의미없게 느껴지고, 급기야 내 자신이 무가치하게 느껴질때... 이 책을 꺼내듭니다.

    누군가에게 한장의 눈꽃송이 사진은 아무것도 아닐수도 있지만, 세상에 주고 싶은 선물을 더욱 온전하게, 더욱 아름답게 남기고 싶은 마음으로 바라보면 단 한장의 사진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내가 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도 놓치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고 계신지요? 
    어떤 순간에도 희망을 놓치지 말고 눈송이 한장 쌓아가는 오늘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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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 어떻게 보내니, 집에 가자!” [최정선/한국일보 20170203]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7-03-23
    조회수 : 219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www.hankookilbo.com/m/v/c3030648ff2a4a1187cbda41ef496dc4

    필자 :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자

    등록일 : 2017.02.03

     

    “마음은 꽉 찼는데 배는 텅 비었다네. 꿈이라면 얼마나 좋겠니? 요로레이디!” 알프스 산 중턱 작은 목장, 마르타 할머니가 오두막 앞에 걸터앉아 노래를 흥얼거린다. 속절없이 고운 저녁놀이 할머니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발치에선 아기돼지 에밀이 꿀꿀거리며 박자를 맞춘다. 파스텔 톤의 단정한 색감, 필력이 돋보이는 유려한 청색 선, 석판화로 짐작되는 담백한 그림이 청량하다.

     

    병풍처럼 둘러싼 높푸른 산과 노란 꽃이 흩뿌려진 초원, 목장 주위에는 젖소 두어 마리가 한가로이 어슬렁댄다.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목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소도 양도 하다못해 닭도 없다. 그러니 먹고살기가 만만찮을 수밖에. 돈이 없으니 마을 식료품점에 가는 건 꿈도 못 꾼다. 먹을 거라곤 텃밭에서 가꾼 채소와 집 근처를 어슬렁대는 암소에게서 슬쩍 짜낸 우유가 전부인 셈. 마르타 할머니는 그걸 유일한 가족이자 말동무인 에밀과 나눠 먹는다. 저녁은 굶기가 일쑤다. 침대에 누워 낡은 요리책을 읽으며 주린 배를 달랜다. 이제껏 그렇게 견뎌왔다. 하지만 곧 겨울이다.

     

    이야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묘사는 촘촘하다. 밭일을 하고 장작을 나르고 노래를 부르고 음식을 만들고 요리책을 읽는 할머니, 그 옆에는 언제나 에밀이 있다. 그런 에밀을 데리고 할머니가 도살장으로 향한다. 굶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버려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힘겹게 도착한 도살장 앞에서 할머니가 돌아선다. “에밀, 집으로 가자.”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있지도 않은 사촌네 집에 간다며 돼지를 끌고 산을 오르내리는 할머니를 보며 마을 사람들이 숙덕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래도 마르타 할머니가 제정신이 아니야.” 그냥 두었다간 조만간 요양원에 보내야 할 텐데, 그럼 돈이 많이 들 테니 미리 돌보는 게 낫겠단다. 뭐라고? 작가가 쾅쾅 못을 박는다. 이 마을 사람들은 “돈을 너무 좋아해서” 돈을 쓰기 싫어하는 “계산이 빠른 사람들”이라고.

     

    ‘정이 넘치는 이웃’이 아니라, 가래로 막을 일이 생기기 전에 호미로 막으려는 ‘계산속이 빠른 사람들’이 바지런히 움직인다. 이것은 물론 복지 시스템에 대한 은유다. 동정과 봉사와 베풂이 아니라 권리와 책임과 나눔의 문제 말이다. 날렵한 풍자와 해학, 예리한 문제의식, 반짝이는 통찰이 화살처럼 날아든다. 이 그림책은 너무나 태연하게,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최정선 어린이책 편집ㆍ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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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중 받지 못한 동물들의 죽음에 정당한 대접을 해주세요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6-08-22
    조회수 : 736

    미디어 : 한국일보_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원문 : http://www.hankookilbo.com/v/0b31cf607e3043ee9f050b590d845ed1

    필자 :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자

    등록일 : 2016.08.12

    무더위에 잠을 설치고 베개 자국 선명한 얼굴로 집을 나섰다. 타달타달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데 발끝에 툭, 매미다.

     

    밤새 그리도 울어대더니 벌써 이번 생을 끝냈구나. 나동그라진 매미 옆에 바싹 말라 반쯤 바스러진 또 다른 매미, 보도블록에 납작 붙어 아예 무늬가 된 지렁이가 보인다. “세상은 온통 죽은 동물들로 가득해.” 에스테르가 귓가에서 종알댄다. 에스테르는 스웨덴 작가 울프 닐손이 쓰고 에바 에릭손이 그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의 주인공이다.

    어느 나른한 여름날, 에스테르가 죽은 벌 한 마리를 발견했다. 벌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몸에 난 줄무늬, 무성한 털, 찢어진 날개. 울컥한다. “불쌍한 아기 벌!” 말괄량이 삐삐의 후예임이 틀림없는, 씩씩한 에스테르가 구덩이를 판다. “생각이 많고 머리에 든 단어도 아주 많아” 글을 곧잘 짓는 ‘나’는 죽은 벌을 위해 시를 쓴다. 아이들은 비밀 놀이터에 벌을 묻고 십자가를 세우고 꽃으로 둘레를 꾸미고 추모시를 읊는다. “손 안의 어린 생명이/ 갑자기 사라졌네/ 땅속 깊은 곳으로”

    그러나 어디 벌뿐이랴, 덤불에는 죽은 새와 나비와 쥐가 있고, 찻길에는 비명횡사한 고슴도치와 토끼가 있다. 사람이 아닌 까닭에 존중 받지 못하는 주검이다. 그리하여 어린 호모 사피엔스들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세상의 ‘모든 죽은 작은 동물들’(이 책의 원제목이다)에게 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대접을 해주기로 한다.

    덤불을 뒤져 찾은 들쥐, 천 일 동안 쳇바퀴만 돌다가 이제야 겨우 지친 발을 쉬게 된 햄스터, 안락사 당한 늙은 수탉, 덫에 걸린 쥐, 차에 치여 죽은 고슴도치…. 아이들은 온종일 동물들의 장례식을 치르느라 종종거리는데 어째 갈수록 염불보다 잿밥이다. 멋진 장례식을 해줄 테니 돈을 내라질 않나, “작고 보잘것없는 동물” 대신 크고 번듯한 동물을 찾질 않나. 결국 장례식은 “아주 착한 일”의 탈을 쓴 재미난 놀이일 뿐인가.

    해질 녘, 뿌듯한 하루를 만끽하던 아이들은 지빠귀가 창문에 부딪혀 떨어지는 걸 목격한다. 새가 유리창에 꽝 하고 부딪치는 것을, 흙먼지를 일으키며 날개를 파닥이는 것을, 부리를 벌리고 다리를 움찔하고 이윽고 숨을 거두는 것을, 삶과 죽음이 자리를 바꾸는 바로 그 순간을. “너의 노래는 끝났다네. 삶이 가면 죽음이 오네.”

    지빠귀의 몸에 남아 있는 온기, 무겁게 가라앉는 공기, 애도하듯 울어대는 새, 영원히 잊히지 않을 어떤 것. 안다고 생각한 것과 실제로 아는 것은 얼마나 다른가.

    살아 있는 것들은 흔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아이들은 이제 전처럼 놀지 못할 것이다. 매미가 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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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가 있다면 [이상희/한국일보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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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7-10-18
    조회수 : 646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hankookilbo.com/v/cd8ab65b30fc4a05b6dd56e100b216dd

    필자 : 이상희. 시인. 그림책 작가

    등록일 : 2017.09.14

    자율주행차가 등장한 시대에 살면서도 명절 귀성길 걱정은 변함이 없다. 일상은 대체로 문명 저편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황금연휴 열흘의 이틀을 꼬박 할머니와 초등 2학년 아이까지 3대 5인이 함께 자동차 안에서 보내야 한다는 이에게 ‘날개가 있다면 편할 텐데’로 시작하는 그림책을 권해주었다. 이 변신담 그림책은 세련된 이미지와 함께 갇힌 듯 답답한 공간은 물론 현실의 한계를 훌쩍 벗어나는 데에도 요긴한 스위치가 될 수 있다.

    이런 저런 모습의 새들 사이에 서있는 반인반조(半人半鳥) 그림 위의 표제 ‘새가 되고 싶어’는 주인공의 독백이다. ‘날자, 날자, 날아보자꾸나’라는 ‘날개’(이상) 주인공의 것과는 결이 좀 다른 갈망이라는 것을 첫 장면이 말해 준다. 외줄에 매달려 아찔하게 높은 고층 건물 외벽을 칠하고 있는 페인트공, 그가 중얼거리는 ‘날개가 있다면 편할 텐데’라는 독백에는 근육의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다.

    고층건물 페인트공은 아티스트일지도 모른다. 가혹하고도 고단한 노동을 마치고도 책상 앞에 앉아 변신의 꿈으로 이어진 갈망을 구현하려 애쓴다. 애쓰고 애쓴 끝에 외친다. ‘어, 정말 새가 되었네!’ 이제 새가 된 주인공의 낯설고 놀라운 체험이 펼쳐진다. 아주 높은 곳에도 두려움 없이 올라갈 수 있고, 바다 위를 날아볼 수도 있고, 멀리멀리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도 있다. 물론 뭇 존재는 저마다의 고난을 겪는 법이니, 새에게도 궂은 날씨며 천적을 피해야 하는 새로운 두려움과 아픔이 따른다.

    ‘새가 되고 싶어’는 원래 글 없는 그림책으로 만들어졌다. 한국화를 전공하고 설치미술 작업에도 재주가 많은 화가 한병호는 우연히 어린이책 세미나에 들렀다가 그림책에 매혹된 이후 열정적인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 그림책은 한국 최초로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Biennial of Illustration Bratislava)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다. 유네스코와 IBBY국제아동도서협의회의 후원으로 1967년부터 홀수 해마다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전 세계 90개국 그림책 작가들이 주목한다. 그림책의 상업적 목표보다는 예술적 가치와 새로운 시도가 평가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랑프리 하나, 황금 사과상 다섯, 훈장 다섯, 열한 가지 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여한다. 황금사과상은 2위 격이지만, 정말 사과 모양의 매력적인 모뉴망이 주어지기 때문에 작가들이 열렬히 선망한다.

    2005년 한병호 작가의 수상으로부터 ‘어느 날’(유주연),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노인경)에 이어 올해 김지민 작가의 ‘하이드와 나’까지, 한국은 ‘황금사과’ 네 개를 갖고 있다. 2011년 그랑프리를 받은 ‘달려, 토토’(조은영), 어린이심사위원상을 받은 ‘영이의 비닐 우산’(김재홍), ‘양철곰’(이기훈)과 훈장을 받은 ‘플라스틱섬’(이명애)의 성과와 함께 한국은 세계 그림책의 중요한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저 멀리 신화에서부터 등장하는 변신담은 인류가 현실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근원적으로 지니는 심층 의식 가운데 하나이다. ‘새가 되고 싶어’의 주인공은 마음껏 하늘을 나는 새로 살면서 새로운 애환을 겪고, 다시 그를 벗어나고자 새로운 갈망을 품는다. 애환과 갈망의 삶은 계속된다는 이 그림책의 열린 결말은 해피엔딩 이상의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매력적인 그림책을 준비하면, 자동차에 갇히는 시간이 두렵지 않다.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