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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
    음악이 방귀에서 탄생했다고?

    불필요한 것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 쓸모없는 것들이 간절해졌다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방귀 한 줄기

    필요 없는 것들이 모두 사라진 완벽한 세상이 있습니다. 똥도 오줌도 방귀도 공해도 말다툼도 없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들만 남아 불편함도 아쉬움도 사라진 곳입니다. 모든 것이 다 있는 세상에서 무엇을 더 발명할지 고민하던 엉뚱한 박사님은 우연히 기묘한 소리, 기괴한 냄새를 가진 공기 한 조각을 만납니다. 그리고 불필요하고 성가시다는 이유로 인류에게 박멸당한 방귀의 슬픈 사연을 듣게 되지요. 박사님은 처음 들어 보는 방귀의 황홀한 소리와 처음 맡아 보는 방귀의 야릇한 향기에 반합니다. 그리고 최후까지 살아남은 마지막 방귀 한 줄기를 품어서 새 생명으로 부활시킨 뒤 무럭무럭 길러 냅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무균실 같은 회색빛 세상에 노란빛 방귀들을 퍼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방귀에 전염된 사람들은 잃었던 웃음을 터뜨리고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던 하늘을 올려다보고 불쑥 여행이라는 낯선 길에 오릅니다. 다채로운 방귀 소리의 향연은 어느덧 세상에서 사라졌던 ‘음악’으로 탈바꿈해 다시 살아납니다. 민망하고 불쾌하고 도통 쓰임이 없다고 취급받던 방귀가 감정이 사라진 딱딱한 세상을 아름답고 생기 있게 물들입니다. 우리가 하찮고 쓸데없다고 여기는 삶의 요소들은 정말 우리에게 무용지물일까요?
출판사 보도자료 전문소개  ( 출판사 보도자료는 이 그림책을 만든 목적을 전하는 귀한 자료입니다. 독자의 예리한 기준으로 꼼꼼히 읽어보시고, 체크하시길 바랍니다 )
필요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다 있는 세상에선 밥 대신 알약을 먹고 걸음은 무빙워크로 걷고 사랑은 성격 매치 프로그램으로, 미움은 간단한 클릭으로 해결합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예의 없는 행동은 금물이어서 방귀, 코골이, 기침과 트림은 진작에 퇴출당했습니다. 슬프고 짜증 나는 부정적인 감정은 물론 웃음이나 설렘, 기쁨의 감정도 소모적이라는 이유로 없어졌죠. 그런데 삶을 힘들게 하는 것들이 사라지자 삶을 기쁘게 하는 것들도 없어졌습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상대적인 것들이 있어야 의미가 생기는데 실패, 이별, 고통이 사라지니 성취, 사랑, 행복도 구별되지 않습니다.

박사님이 사는 세상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인생의 필요조건들을 모두 갖추었지만 그 자체로 삶 전체가 되는 충분조건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생활의 문제만 실용적으로 해결한다고 해서 삶이 완전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류도 없고 불편도 없는 것은 기계의 매뉴얼이지 우리의 일상이 아니었습니다. 알 수 없는 미래, 피할 수 없는 불행, 알고리즘을 벗어나는 좌충우돌 속에서 삶은 매순간 더 확장되고 새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방귀가 영혼을 어루만지는 음악이 되듯 하찮은 삶의 요소들 뒷면에 놀라운 가치들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다 있다’라는 이 책의 제목은 ‘정작 중요한 것은 없다’는 반어적인 메시지입니다. 완벽하다지만 부럽지 않은 책 속 세상을 여행하고 현실로 돌아오면 쓸모없다고 팽개쳐 둔 것들을 다시 집어 들어 살펴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내 삶에서 놓치고 있는 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한 번 사라지면 되살려 내기 힘든 소중한 것들

매일의 생활에는 수많은 가치들이 개입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도에 따라 가치들의 우선순위를 매기며 살아갑니다. 바로 이 우선순위가 점점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것에 작가는 주목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주 선택하는 합리와 효율이라는 우선순위는 생산력과 돈으로 연결됩니다. 돈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이라도 성사되기 어렵고 빠르게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쉽게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됩니다.

세상이 점점 경제 논리로 돌아가자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들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철학과 문학, 예술과 자연, 자유과 휴식, 모험과 도전 등이 숫자로 당장 치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뒷전이 된 현실을 작가는 웃프게 꼬집어 냅니다. 엉뚱한 박사님이 죽을힘을 다해 피워 올리는 방귀처럼 이런 가치들은 한 번 사라지고 나면 다시 불씨를 살려 내기 힘든 고귀하고 소중한 것들입니다. 편리함과 안락함은 현실을 안정시키지만 우리의 마음을 온전히 채워 주지는 못합니다. 기쁨과 감동, 행복감과 충만감 등 삶의 궁극적인 것들은 주로 무형의 가치들 너머로 날아옵니다.

경직된 세상에 균열을 내는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

김전한 작가는 특유의 입담으로 수많은 주제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옛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가도 예술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다시 역사 이야기를 읊는 듯하다가 과학적인 논리를 펴기도 합니다. 코믹한 상황들이 철학과 버무려지고 초자연적인 모티프가 사회의식으로 옮겨 가기도 하면서 방귀가 음악으로 탄생하는 이 엉뚱한 판타지는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술술 이어집니다.

작가는 방귀라는 원초적인 소재를 이용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논리와 이성을 내세운 근엄한 현실에 통쾌한 균열을 냅니다. 마치 엄숙한 오케스트라 무대 위에서 연미복에 뚫린 엉덩이 구멍 사이로 톡 쏘는 향기와 함께 방귀 음악이 울려 퍼지듯 유쾌하고 시원합니다. 일러스트와 컷 만화, 카툰 형식을 넘나들며 유연하고 기발하게 펼쳐지는 경자 작가의 그림도 경직된 세상을 한 바퀴 뒤집어 볼 수 있는 자유로운 시선을 선사합니다.
그림작가 정보
  • 경자
  • 낮에는 미술 학원에서 아이들의 창작 활동을 돕고 밤에는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린다. 어떻게 하면 내가 만든 세계에서 친구들이 즐거울 수 있을까. 오늘도 행복한 고민을 한다.

     

글작가 정보
  • 김전한
  • 영화진흥공사에 시나리오가, 문화일보에 시가 당선돼 시나리오 작가와 시인 면.허.증.을 발급받았다. 『봉자』『녹색의자』『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등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이야기꾼의 인생 유전을 그린 장편소설 『은행나무 길에서 상아를 만났다』를 펴내기도 했다. 소설이든 영화든 에세이든 방송이든 일단은 재밌고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재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시나리오 창작 강의를 하면서 재밌는 서사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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