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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
    ‘글과 그림의 거리두기’를 통해 보여주는 긴장과 유머

    『로지의 산책』은 반쯤 눈을 감은 채 느긋하게 산책하는 암탉 로지가 성질 급한 여우에게 쫓기며 자신도 모르게 겪는 여러 가지 소동을 담은 그림책이다. 글은 단순히 로지의 산책 경로를 무미건조하게 따라가지만, 그림은 여우에게 잡히기 직전의 로지(위기)와 어처구니없는 고난을 겪는 여우(탈출)의 반복 구조로 쫄깃한 긴장과 유머를 선사한다. 팻 허친스는 글이 말하는 이야기와 그림이 말하는 이야기 사이에 거리를 두어, 독자로 하여금 글과 그림 이면의 이야기를 유추하고 추리하는 사이, 마치 게임을 하듯 로지와 여우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로지의 산책』은 1968년에 처음 출간되어 글이 하는 이야기와 그림이 하는 이야기가 다른 그림책의 개념에 충실한 책으로 자주 소개되는 작품이다. 칼데콧, 모리스 샌닥의 작품들과 함께 그림책의 전형을 보여주는 고전으로 알려져 있다. 뒷이야기로 2016년 암탉 로지가 자신이 낳은 병아리를 찾아가는 『로지의 병아리』가 있다. 두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물들과 공간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출판사 리뷰
    성질 급한 여우와 여유만만 암탉 로지의 능청스러운 산책 이야기

    그림책 첫 장을 열면 속표지에 평화로운 농장 전체의 모습이 펼쳐진다. 로지가 사는 세상은 마치 어떤 위험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평화롭게 보인다. 언제 산책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녁 시간에 꼭 맞춰’ 돌아오는 시간의 흐름과, 마당을 가로지르고 연못을 빙 돌아서, 방앗간을 지나 울타리를 빠져나가서 벌통 밑을 성큼성큼 빠져 나가 집으로 돌아가는 로지의 산책 공간과 이동 경로를 한 번에 보여준다. 로지는 이 산책길이 아주 익숙한 듯 아무런 경계도 없이 성큼성큼 자신의 산책을 즐긴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공간에 뜻하지 않은 균열이 일어난다. 난데없이 여우 한 마리가 나타나 발걸음을 낮추며 살금살금 로지를 따라간다. 로지는 자기 바로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 채, 여유롭기 그지없다. 그런데 눈을 부릅뜨고 혀를 날름거리기도하면서 로지를 덮치는 이 여우, 어딘지 모르게 허당이다. 로지를 덮치려는 여우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지만 매번 뾰족한 쇠스랑에 찔리고, 늪에 빠지고, 건초더미에 깔리고,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등 수난을 당하게 되고, 결국 벌집을 건드려 멀리 도망치고 만다.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로지는 “저녁 식사 시간에 꼭 맞춰” 집으로 무사히 돌아간다.

    어서 도망 쳐! 여우가 따라 왔어!

    『로지의 산책』은 로지의 산책은 글로, 여우의 수난은 그림을 통해 독자들에게 상황을 전한다. 로지의 산책 경로를 따라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무미건조한 글에 쫄깃한 긴장과 해소를 부르는 그림을 덧붙여 전체 이야기가 비로소 완성이 된다.

    이야기는 산책을 나가는 로지를 발견한 여우가 입맛을 다시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 뒤는 여우에게 잡히기 직전의 로지(위기)와 여우의 어처구니없는 고난(탈출)의 반복하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짧고 단순 반복적인 이야기의 구조 안에서 게임을 하듯 로지와 여우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여우는 눈앞에서 터덜터덜 걷는 로지를 잡을 생각에만 골몰한다. 내내 커다란 눈을 이리저리 굴려도 보아도 로지에게만 집착한 나머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 어처구니없는 수난을 당한다. 그 사이 로지는 유유히 위험에서 벗어난다. 로지는 반쯤 눈을 감은 채 여유만만, 절대 당황하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는다. 그냥 자신의 갈 길, 산책에 집중한다.

    눈앞의 목표에 급급해 서두르다 일을 그르친 여우와,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건 무시했건 간에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게 자신의 산책에 충실한 로지의 모습에서 어쩌면 인생의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도 한다. 맨 마지막장 ‘지금 여기의 삶에 충실한 로지와 친구들에게’ 라는 헌사를 남겨 놓은 옮긴이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림은 노랑을 주된 색으로 사용하고 주황과 올리브그린에 가까운 녹색을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또한 나무나, 여우의 몸, 지붕 등에는 규칙적인 패턴을 사용하여 그림 역시 반복적인 이야기 구조를 도와주고 있다. 각 장면의 그림을 바탕으로 로지가 속표지의 농장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 찾아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림작가 정보
  • 팻 허친스
  • Pat Hutchins 팻 허친스는 넓은
    여백과 깔끔한 선을 이용해 선명하고 생동감 있는 그림을 그리며 극적 반전이 돋보이는 짧은 이야기로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영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런던에 있는 광고회사를 다니다가 남편을 따라 뉴욕으로 건너가 그녀가 좋아했던 그림을 마음껏 그려보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책의 삽화를
    넣기 위해 만난 제작자의 권유로 동화책을 냈는데 바로 Rosie's Walk(1968)였다.

    1975년에 『바람이 불었어The
    Wind Blew』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Kate Greenaway Award 을 받았고, 그 외에도 『로지의 산책』, 『티치』, 『생일
    축하해, 샘!』와 같은 작품들이 있다. 그 이후 지속적인 작품을 내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가 정보
  • 김세실
  • 성균관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아동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오랫동안 아동심리치료사로 일했으며, 지금은 그림책 기획자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생강빵 아이』, 『착한 동생 못된 형』, 『아기 구름 울보』 들이 있고,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는 『우락부락 염소 삼 형제』, 『토끼 씨와 거북이 양』, 『사라의 거짓말』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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