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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
    해바라기 별에서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노래

    한국 동시 문학을 앞장서 이끌어 온 권영상의 신작 동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40년 동안 70여 권의 책을 펴낸 저력도 놀랍지만,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해 왔다는 점에서 권영상은 언제나 기대감을 주는 시인이기도 합니다.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할 무렵은 아직 동시가 대중에게 낯설게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자연 속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동시는 정치적 암흑기가 찾아오면서 바뀌었습니다. 시인은 아이들이 마주한 현실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고, 도시 구석에 피어난 풀꽃처럼 소외당하는 것들을 노래합니다. 이후 아이들의 삶을 가까이서 그리고 싶었던 시인은 ‘이야기 동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 동시의 폭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 자리에서 은퇴한 뒤로는 안성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고 동시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자연과 사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시의 무게를 조금씩 비워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시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펴내는 《멸치 똥》은 그동안의 시력詩歷이 모두 담긴 동시집입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향한 관심과 베풂, 자연 속의 기쁨, 가족의 소중함 등 시인이 40년에 걸쳐 탐구해 온 주제가 소복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가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노래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아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출판사 리뷰
    작은 것들을 위한 시

    권영상과 동시대에 나란히 시를 써 온 전병호는 해설을 통해 권 시인이 지금까지 줄곧 작거나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을 노래해 왔으며, 이것이야말로 그의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이는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멸치 똥]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마른 멸치
    까만 똥.

    똥도 크다.
    얼마나 큰지 똥 빼면 볼 게 없다.

    하지만 멸치는
    그 힘으로
    거친 바다를 헤엄치며 산다.
    -〈멸치 똥〉 전문

    작고 시시해 보이는 멸치, 그중에서도 멸치 똥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빼서 버리는 보잘것없는 부분이다. 시는 2연까지 통념대로 흘러가는 듯하더니, 3연에서 고정관념을 단숨에 바꾸어 버린다. 멸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멸치 똥에 있다고 한 것이다. 그 순간 멸치는 연약한 존재에서 거친 바다를 헤엄치는 힘 있는 존재가 된다.
    이처럼 시인은 작거나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면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낸다. 멸치는 여러 가녀린 존재들을 상징하지만 그중에서도 어린이에 가장 가깝다. [멸치 똥]을 읽고 난 어린이는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도 거친 바다를 헤엄치는 놀라운 힘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따라 쓰는 동시, 함께 자라는 동시

    《멸치 똥》을 읽다 보면 재미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같은 얼굴의 여자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장경혜 작가가 동시집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넣은 장치로, 책장을 넘길수록 가까운 옆집 아이의 하루를 보는 듯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른 아침,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 마당에 나간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연통 끝에 맺힌 물방울이다. 물방울이 무게를 못 이기고 땅으로 떨어지려는 찰나, 찌르레기가 잽싸게 날아와 물방울을 따 간다.([추운 아침]) 그 광경을 흥미진진하게 보던 아이는 더 재미난 것을 찾으러 동네 마실을 나간다. 하필 개똥과 마주쳐 옆으로 피해 가려는데, 어쩐지 뜨거운 햇볕에 말라 가는 개똥이 눈에 자꾸 밟힌다. 결국 아이는 개똥을 슬쩍 길섶으로 밀어 넣어 준다.([길 위의 개똥)] 그러고 나니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절로 흥이 난다. 가는 길에 만난 옆집 꼬마한테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인다.([135.5센티미터) 어느새 저물녘이 되었다. 일하러 나간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아이는 골목으로 나가 본다. 전봇대에 기대어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는데, 저기 골목 끝에서 무언가 어른거린다. 엄마, 하고 외치며 달려가 보니 달빛이 어룽진 것뿐이었다.([마중]) 머쓱한 것도 잠깐, 아이는 엄마와 함께 집에 돌아와 꿈속으로 빠져든다.([눈 오는 밤])
    책 곳곳에는 동시를 따라 쓸 수 있는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다. 독자들은 다섯 편의 동시를 필사하고, 마지막에는 직접 자신만의 시를 써 봄으로써 읽는 동시에서 참여하는 동시로 감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림작가 정보
  • 장경혜
  • 1976년에 태어났고, 성신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그림책 과정을 수료했으며, 그림책 『둥근 해가 떴습니다』를 냈고, 『욕 시험』 『바다가 海海 웃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글작가 정보
  • 권영상
  • 강원일보 신춘무녜와 소년중앙 문학상, 한국문학 등의 당선으로 등단. 세종아동문학상, 새싹문화상, MBC동화문학상 등 수상, 주요작품으로는 <내 볕에는 풍차가 있다>, <버려진 땅의 가시나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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