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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
    꿈과 현실, 그리고 나와 너의 사이

    이야기는, 예술은, 그 사이를 이어 줍니다. 아니, 이야기와 예술은 그 사이를 이어 주어야 합니다. 그 ‘꿈’이 길몽이든 악몽이든, 그 ‘너’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럴 때 우리는 위로받고 각성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이야기와 예술은 질문을 던집니다.

    ‘아이는 왜 그런 꿈을 꾼 걸까?’ ‘어째서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고 생각한 걸까?’ ‘어른들은 왜 이빨 사냥에 나선 걸까?’ ‘먹거나 입거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코끼리이빨이 꼭 필요한 걸까?’……. 이 그림책이, 무서운 꿈을 꾸고 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던지는 질문들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놓게 될까요?

    나타샤 브리드는 위의 같은 기사에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나는 한 무리의 코끼리 가족을 눈물을 흘리며 지켜본 적이 있다. 그들은, 너무 약해서 서 있을 수도 무리를 따라갈 수도 없는 새끼를 두고 떠나야만 했는데, 얼마 뒤 그들이 돌아왔을 때 새끼 코끼리는 목숨이 끊긴 뒤였다. 코끼리들은 죽은 새끼를 빙 둘러싼 채 창백한 회색 몸뚱이를 섬세한 코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따뜻함과 슬픔이 가득한 그 모습은 내가 경험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이것은 단지 코끼리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이빨 사냥꾼》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출판사 리뷰
    코끼리 ‘마운틴 불’은 등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모로 누워 있었다.
    덫줄을 밟자 머리 위에서 떨어진 창날이 척추에 내리꽂힌 모양이었다.
    죽은 코끼리의 얼굴에서 엄니가 사라져 있었다. …… 근처에 숨어 있던
    밀렵꾼이 아름다운 우윳빛 엄니를 칼로 도려낸 것이 틀림없었다.
    코끼리는 마지막 숨이나마 고이 쉴 수 있었을까?
    ……
    -나타샤 브리드, BBC뉴스매거진


    한 아이가 꿈을 꾼 후에
    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조용한 초원이었지요. 스스슥, 구둣발이 풀을 밟는 소리와 함께 사냥꾼들이 나타났습니다. 초원을 살피는 망원경 속에 사냥감이 들어옵니다. 벌거벗은 회색 피부의 커다란 아이. 사냥꾼들은 일제히 달려가, 탕탕! 수십 발 총으로 사냥감을 쓰러뜨립니다. 가물가물 의식을 잃어 가는 사냥감의 눈에 사냥꾼들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사냥꾼들은 코끼리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사냥꾼들이 갖가지 연장을 동원해 아이의 엄니를 뽑아냅니다. 거대한 엄니가 밧줄에 묶여 옮겨진 곳은 이빨 시장.
    그렇게 약탈한 엄니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그곳에서 엄니들은 등급과 가격이 매겨지고 상인들에게 팔려 나갑니다. 상인들은 엄니를 쪼고 다듬어 조각품을 만들고, 담배파이프와 지팡이, 촛대와 같은 갖가지 장식품을 만듭니다. 도시의 화려한 상점에 진열된 장식품들은 세련된 신사 숙녀들에게 다시 팔려 나갑니다.
    체크무늬 코트를 입은 중후한 신사가 파이프를 하나 샀습니다. 그가 만족스레 피워 문 담배 연기는 자욱하게 퍼져 가고, 연기 속에서 아이는 꿈이 깹니다.
    이상한 꿈, 이상하고 무서운 꿈. 아이는 너무나 무서워 꿈을 깬 뒤에도 눈을 뜨지 못합니다. 그때 어른들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깨에 커다란 코끼리 엄니 - 상아를 하나씩 둘러멘 사냥꾼들의 행렬. 그 속에서 아이는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해 줘야겠어. 이상하고 무서운 이빨 사냥꾼 이야기를…….’ 아이가 돌이켜보는 꿈 속 장면 저편으로 총을 둘러멘 이빨 사냥꾼 하나가 멀어져 갑니다. 초원에서, 부모를 잃은 아기 코끼리 한 마리도 쓸쓸히 멀어져 갑니다.
    이상하고 무서웠지만, 아이는 그저 꿈을 꾼 것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말 꿈. 그러나 아이는 그 꿈이 잊히지 않길 바랍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무서운 꿈과 지독한 현실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사무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12만여 마리 코끼리가 상아를 노리는 밀렵꾼들에게 살해되었습니다. 하루에 85마리 꼴. 그렇게 17분에 한 번씩 일어나는 이빨 사냥의 현장을 영국 BBC의 아프리카 특파원 나타샤 브리드는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코끼리 ‘마운틴 불’은 등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모로 누워 있었다. 덫줄을 밟자 머리 위에서 떨어진 창날이 척추에 내리꽂힌 모양이었다. 죽은 코끼리의 얼굴에서 엄니가 사라져 있었다. 마운틴 불이 쓰러지자 근처에 숨어 기다리던 밀렵꾼이 달려 나와 아름다운 우윳빛 엄니를 칼로 도려낸 것이 틀림없었다. 코끼리는 마지막 숨이나마 고이 쉴 수 있었을까?”
    -BBC 뉴스매거진 2014년 6월 1일자 기사 〈The elephants’ graveyard: Protecting Kenya’s wildlife〉-

    이야기 속에서 아이가 꾼 악몽이 코끼리들에겐 고스란히 지독한 현실인 것입니다. 나의 악몽과 너의 현실 사이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그저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너의 고통을 잠시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곧 너가 될 수 있으며, 악몽은 곧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꿈과 현실, 그리고 나와 너의 사이
    이야기는, 예술은, 그 사이를 이어 줍니다. 아니, 이야기와 예술은 그 사이를 이어 주어야 합니다. 그 ‘꿈’이 길몽이든 악몽이든, 그 ‘너’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럴 때 우리는 위로받고 각성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이야기와 예술은 질문을 던집니다.
    ‘아이는 왜 그런 꿈을 꾼 걸까?’ ‘어째서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고 생각한 걸까?’ ‘어른들은 왜 이빨 사냥에 나선 걸까?’ ‘먹거나 입거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코끼리이빨이 꼭 필요한 걸까?’……. 이 그림책이, 무서운 꿈을 꾸고 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던지는 질문들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놓게 될까요?
    나타샤 브리드는 위의 같은 기사에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나는 한 무리의 코끼리 가족을 눈물을 흘리며 지켜본 적이 있다. 그들은, 너무 약해서 서 있을 수도 무리를 따라갈 수도 없는 새끼를 두고 떠나야만 했는데, 얼마 뒤 그들이 돌아왔을 때 새끼 코끼리는 목숨이 끊긴 뒤였다. 코끼리들은 죽은 새끼를 빙 둘러싼 채 창백한 회색 몸뚱이를 섬세한 코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따뜻함과 슬픔이 가득한 그 모습은 내가 경험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이것은 단지 코끼리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이빨 사냥꾼》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그림작가 정보
  • 조원희
  • 홍익대학교에서 멀티미디어디자인을 전공했으며, HILLS(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조원희는 자연과 동물,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감정들, 그 밖에 작고 소중한 것에 관해 그림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낮지만 힘 있는 이미지로 전달해 주목을 받은 얼음소년, 죽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전달한 혼자 가야 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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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리뷰 / 독자리뷰
    코끼리가 사람을 사냥? 뒤집어 생각해 본 불편한 진실 [이상희/한국일보 20170225]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7-03-23
    조회수 : 310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www.hankookilbo.com/m/v/6bc5b448e1574c88909ebdfdb4efb8da

    필자 : 이상희. 시인. 그림책 작가

    등록일 : 2017.2.10

     

    ‘오, 두 손을 물속에 잠그라/ 손목까지 잠그라/ 들여다 보라, 대야물 속을 들여다 보라./ 무엇을 잃었는가 생각해보라’ (W. H. 오든의 시 ‘어느 날 밤 산책을 하며’ 부분)

     

    세수를 하다가 한때 늘 품고 다니던 오든의 시구가 생각났다. 3분이면 해치우는 세수가 길어졌기 때문인데, 손톱을 바투 깎아서 다친 손가락과 종이에 베인 또 하나의 손가락 덕분이다. 세면대 물에 잠근 손들이 떠올린 것은 잃은 것, 실패한 것, 놓친 것 뿐이 아니었다. 버린 것과 놓아버린 것도 떠올랐다. 그렇다. 생각을 들여다 볼 시간이 없으면, 그 생각을 길어 올릴 끈질긴 시선이 없으면, 너무도 자명한 사실들에조차 얼굴을 돌리게 된다. 눈 감게 된다.

     

    ‘이상한 꿈, 지독한 현실’이라고 부제를 단 조원희의 그림책 ‘이빨 사냥꾼’은 인간의 상아 남획을 ‘코끼리 족속의 거인 치아 사냥’으로 뒤집어 그리면서 ‘무엇을 잃었는가’에 대한 혹독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코끼리들이 활로 쏘아 잡은 거인의 입을 열어 톱과 스패너로 이를 뽑고 나르고 선별하고 경매해 나눈 다음, 다듬고 깎아 만든 장식품과 장신구를 팔고 사며 즐긴다. 자주색 물감을 흠뻑 먹인 장지에 그려진 치아 소재 코끼리상이며 촛대며 목걸이며 파이프와 시계와 선글라스와 도자기가 진열된 고급 상점가 쇼윈도, 그 앞을 오가는 우아한 쇼퍼 코끼리들 모습이 기묘하게 섬뜩하다. 다행히 여기까지, 줄곧 글 없는 그림만으로 펼쳐지는 이미지들은 한 아이의 악몽이다.

     

    그 ‘이상한 꿈’에서 깨어난 아이는 그야말로 ‘지독한 현실’과 맞닥뜨린다. 어른들이 저마다 코끼리 이빨을 지고 돌아온 것이다.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고 아이는 마음먹지만, 상아를 옮기기에 바쁜 사람들은 아이의 악몽 이야기를 들을 성싶지 않다. 듣는다 해도, 그 노획물을 불편해 하거나 그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 같다. 여행 선물로 건네는 상아 도장이나 상아 거울을 받으면서 우리가 코끼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멀티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한 조원희 작가는 수채 물감과 함께 과슈ㆍ사인펜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세련된 그림으로 우리를 불편한 진실 앞에 불러 세운다.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작업으로서 ‘이빨 사냥꾼’ 이전에도 ‘얼음 소년’ ‘혼자 가야 해’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를 통해 모든 존재가 평등하게 평화로이 살아가는 세계를 그림책으로 펼쳐 내었다. 영화 ‘혹성 탈출’이 보여 준 ‘원숭이가 지배하는 행성’만큼이나 이 그림책이 보여 준 코끼리 이빨과 사람 이빨, 코끼리 사냥과 사람 사냥, 상아 공예품과 치아 공예품이 치환된 세계는 어떤 독자에게든 강렬한 이미지로 남을 것이다.

     

    ‘이빨 사냥꾼’이 2017 볼로냐 라가치 픽션 부문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여전히 뒤숭숭한 새해에 처음 접하는 기쁜 일이다. 2014년에 출간된 이 그림책 속 ‘사람 이빨을 노리는 코끼리 사냥꾼’이 새삼 ‘상아를 노리는 코끼리 밀렵꾼’들을 놀라게 했을 리 만무하겠지만, 혹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코끼리 밀렵이 궁극적으로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 유전자 풀(pool)을 이뤘다’는 지난 11월 영국 발 섬뜩한 뉴스가 심사위원들에게 이 그림책을 떠올려 주었을까. 이 그림책이 지상에서 영원히 코끼리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촉발해 그런 연구 결과를 내놓게 되었을까.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책의 힘이다. 더구나 이토록 강렬한 이미지가 이야기하는 그림책의 힘이라면! (세계 상아 수요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2017년 안에 상아 매매를 금하고 상아 가공 공장을 폐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상희. 시인. 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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